스스로 떠나는 ‘K팝스타’, 끈기와 인내의 ‘개콘’

유진모 | 기사입력 2017/01/23 [11:17]

스스로 떠나는 ‘K팝스타’, 끈기와 인내의 ‘개콘’

유진모 | 입력 : 2017/01/23 [11:17]

 

SBS 화면 캡처


[K스타저널 유진모 칼럼]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영화제목으로까지 쓰였을 만큼 사회생활의 모든 관계와 위치에서 본보기를 주는 말이다. SBS ‘K팝스타가 그렇다.

 

이 프로그램은 6번째 시즌을 맞아 ‘K팝스타 시즌 6-더 라스트 찬스’(이하 ‘K팝스타6’)가 마무리를 향해 내달리는 중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스스로 올 때와 갈 때를 정해놓고 질주하는 것이다.

 

‘K팝스타201112일요일이 좋다2부 코너로 시작됐다. 처음엔 이미 식상해져가는 Mnet ‘슈퍼스타K’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끝물에 무임승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컸지만 단숨에 난립하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효자상품이 됐다.

 

이번 마지막 시즌엔 이전까지와 달리 저녁 9시대에 편성,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 도전장을 던졌다. ‘개콘은 지금 시간대의 장기집권자로 한때 30%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던 진격의 거인이다. 하지만 이제 한 자리 수 시청률로 내려앉았다. 반면 ‘K팝스타6’16%가 넘는 시청률로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고 있다. 막바지에 20%를 기대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개콘19999월 대학로식 공연을 모티브로 시작된 개그 프로그램의 혁명이었다. 김미화 심현섭 등이 중심이 돼 방청객 앞에서 직접 공연하며 소통하는 개그를 펼치자는 의도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시도됐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엔 부작용도 있었다. 특정 개그맨 기획사가 권력화 되다보니 그들에게 제작진이 이끌려 다닌 게 가장 큰 폐단이었다. 2003SBS개콘출연진의 주력 기획사이던 스타밸리 소속 개그맨들을 싹쓸이스카우트해가며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론칭한 게 첫 위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태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심기일전을 자극해 탄탄한 팀워크 재정비와 신인 및 새 아이디어 개발로 이어짐으로써 오히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위기와 기회의 롤러코스터는 그러나 결국 제작 시스템의 정체를 야기했다.

 

강력한 라이벌이 없는 독보적인 존재다보니 긴장과 자극을 잃었다. 지난 김준호의 코코엔터테인먼트 사태에서 보듯 여전히 특정 기획사에 일감 몰아주기의 관행이 남아있고, 그런 제작시스템의 정체는 아이디어의 고갈 혹은 유머코드의 고착으로 직결돼 시청자들에게 풍자를 잃은 유머라는 불만만 쌓게 만드는 상황으로 지속됐다.

 

‘K팝스타6’가 후발주자에 주로 10대의 학예회 수준이거나 성장드라마 정도를 그려감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프로가수들의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제칠 정도의 신드롬을 일으키는 첫 번째 이유는 화수분 같은 재목의 발굴에 있다.

 

경연자들은 대부분 가수를 꿈꾸는 아마추어들이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등 수많은 프로들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그러나 제작진은 매 시즌 당장 데뷔시켜도 손색이 없을 숨은 진주를 찾아낸다. 뿐만 아니라 단순한 가수가 아닌, 유니크한 음악성과 감성을 지닌 뮤지션까지 발굴해낸다. 그게 강점이다.

KBS 화면 캡처


 

지난 22일 방송에서 박진영 유희열 양현석 세 명의 심사위원이 가장 주목하거나 가장 놀란 경연자는 이성은이었다. 텍사스에서 온 한국나이 17살의 이 소녀는 더 라스트 찬스라는 이번 시즌의 부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이성은은 첫 경연 때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메고 나온 기타를 연주할 수 없어 샘김의 기타반주의 도움을 받아 노래함으로써 간신히 통과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연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한 그녀는 박진영을 당혹스럽게, 유희열의 눈에 하트가 샘솟게, 양현석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기본적인 코드와 화성을 벗어난 운지법과 화음 그리고 주법으로 기성곡을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엉뚱한 방향으로 풀어냈지만 이 불협화음은 천상의 화음이었다.

 

같은 기타리스트 조장관과 듀엣을 이룬 세 번째 무대는 엄청난 기대를 자극했지만 부담이 유도한 편곡은 천편일률에 그쳤다. 자유분방한 애드리브와 감성이 강점인 이성은에겐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자유예술혼을 지닌 본연의 무형식으로 돌아온 이성은은 역시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보였다. 인트로가 시작되자마자 박진영의 입은 벌어졌고, 연주가 끝난 뒤 그 입에선 화성을 따지느라 노래를 못 들었다는 탄식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세 명의 심사위원 중 박진영은 가장 이론에 충실하고 또 그만큼 디테일한 매의 눈을 지녔다. 정확히 음감과 이론의 박사다. 그는 경연자를 그만의 잣대로 평가한다. 그래서 공기 반, 소리 반’ ‘어깨를 늘어뜨린 고음처리’ ‘기성가수와 다른 창법과 정서등의 그만의 이론을 정립했다.

 

‘K팝스타가 롱런하고 앞서갈 수 있었던 요인 중 큰 것은 화수분 같은 재목발굴능력과 더불어 독자적인 심사기준이다. 단순히 잘 부르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기성가수와 다른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건 취업난에 시달리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과 악수한다.

 

개개인의 개성과 독창성을 무시한 채 사회라는 틀 안에서 정형화된 기준으로만 평가하고, 그래서 그게 입사시험 성적으로 이어져 취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요즘처럼 자아가 중시되는 정서와는 상충하는 고리타분한 고정틀이다.

 

어찌 보면 개콘이 그렇다. 계속 정국이 시끄럽고 정윤회와 최순실에 대한 의혹이 숱하게 제기될 때까지만 해도 입 다물고 식상한 개그만 펼쳐대는 통에 풍자와 해학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던 개콘은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가 사실로 드러나자 뒤늦게 뒷북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님 지나간 뒤 나팔 불기에 불과했다. 이미 자극과 충격에 무감각해진 시청자의 공감과 감동과 스트레스 해소 등과는 온도차이가 컸다.

 

지난 22일 방송만 해도 턱받이 풍자등 그냥 정국의 해프닝이나 이슈를 빌려오거나 응용하는 수준이었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투캅스’(경찰 비리)공공의 적’(사회 부조리)을 결합한 강력한 사회고발 영화를 제작하던 중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이 지나치게 큰 데 놀라 제작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실의 사건이 영화적 상상력을 초월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강렬하기 때문에 강 감독이 제작을 포기했고, ‘개콘의 해학과 풍자는 희화화의 수준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K팝스타6’처럼 박수 칠 때 떠날것인가, 환골탈태할 것인가?

 

유진모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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