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의 ‘더 킹’ 역전, 현빈과 정우성의 반전

유진모 | 기사입력 2017/02/02 [10:49]

‘공조’의 ‘더 킹’ 역전, 현빈과 정우성의 반전

유진모 | 입력 : 2017/02/02 [10:49]

 

 

 

[K스타저널 유진모 칼럼]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NEW 배급)공조’(김성훈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가 지난달 18일 나란히 개봉되기 직전의 분위기는 더 킹이 더 좋았다. 예매율에서 앞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개봉 후 입소문과 특히 설 연휴가 복병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제기됐다.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더 킹을 꾸준히 따라붙은 공조는 설 연휴를 계기로 앞지르더니 어느새 누적 관객 수도 500Vs 450만 명으로 뒤엎었다. 이제 어느 영화가 먼저 혹은 홀로 1000만 명을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단순히 이 수치로만 계산하긴 힘든 게 두 영화의 흥행성공의 의미다. 각 영화엔 관객들이 단순한 재미 이상 느끼고 얻어가는 뭔가가 있으며 그건 혼돈스러운 작금의 일련의 사태 때문에 더욱 각별하다. 그럼에도 현빈과 정우성의 경우 개인적으론 대역전극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다를 것이다.

 

현빈은 그야말로 박수 칠 때 떠난대표적인 스타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 이어 시크릿 가든으로 안방극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그는 과감하게 해병대를 선택해 전성기 때 군에 입대했다. 제대 이후 첫 복귀작 역린에 지대한 관심이 쏠린 것은 여러모로 당연했지만 384만 명의 스코어로 손익분기점 320만 명을 간신히 넘겼을 뿐 그의 체면은 살짝 구겨졌다.

 

드라마 복귀작 하이드 지킬, 는 더 초라했다. 내내 4~5%의 저조한 시청률로 동시간대 확실한 꼴찌를 지키더니 고작 8.6%의 시청률로 종영됐다. 당연히 2년 동안 유일하게 매진한 공조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고,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이를 털어내려는 노력은 호평과 흥행으로 보상받았다.

 

흥행운이 없기론 선배인 정우성이 더 가슴 아플 것이다. 영화 비트태양은 없다1990년대 방황하는 청춘의 아이콘이 됐고, 점차 성장해 중화권까지 아우르는 전천후 주연배우로서 유니크한 자리를 차지한 그는 그러나 이름값에 비해 흥행성공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상업적으로 좀 성공하더라도 500만 명을 넘긴 게 유일하게 감시자들일 정도로 상업적 성공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가깝게는 흥행의 보증수표인 황정민을 비롯해 주지훈 곽도원까지 멀티캐스팅의 도움을 받은 아수라마저도 259만 관객으로 손익분기점 380만 명에 못 미쳤다.

 

어떤 면에선 오로지 비주얼만으로 최고로 평가받던 게 자신과 꼭 닮은 조인성과 짝을 이뤄 비로소 징크스를 떨쳐냈다는 점에선 더 킹이 현빈의 공조와 다름없는 분기점일 것이다.

 

 

 

더 킹이 개봉 초기에 공조를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감독의 이름값과 화려한 캐스팅 덕이었다. 생계형 조폭 넘버3’ 강인구(송강호)를 통해 중년 가장의 삶의 애환과 이상의 정체(停滯)를 소름끼칠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린 누아르 우아한 세계와 이조시대의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역학관계를 깜짝 놀랄 만큼 현재에 대입해 장황하게 펼친 대서사시 관상을 통해 한 감독의 실력은 이미 인정받은 터.

 

크레딧 순서에서 조인성을 정우성의 앞에 세운 점이나 신 스틸러로 한창 물이 오른 배성우를 전면에 배치한 전투 진형도 좋았다.

 

관객들은 경탄했다. 수년 전에 기획됐다는 영화가 마치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청문회를 예견한 듯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한강식 부장검사(정우성) 일당에게서 권력형 비리 검사 혹은 검사 출신 권력자의 그림자를 느꼈을 것은 당연할 터. 그래서 필독서란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설 연휴가 오히려 독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극장가는 여름과 크리스마스가 낀 연말연시가 대표적인 성수기인데 우리나라는 설과 추석 연휴가 낀 2월 전후와 9월 전후 역시 그에 못지않은 몸비(몸을 비벼 표를 사는) 시즌이다. 그런데 전통명절이란 특성상 가족 관람객이 몰리기 마련.

 

더 킹공조와 똑같은 15세 이상 관람 가 등급이지만 내용과 비주얼 면에서 관객의 체감온도가 다르다. ‘더 킹엔 여배우의 음란한 장면이 나오지만 공조는 액션이 좀 잔인하다면 그렇겠지만 성적인 자극은 아예 없다.

 

게다가 더 킹은 중고생이 보기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 검찰이 왜 바로 서야 하는지, 도대체 검사가 정확히 어떤 사명감을 갖고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기엔 청소년들의 정서와 가치관이 무뎌졌을 정도로 우리 공무원 사회의 어지러운 점들이 지나치게 많이 보도됐다.

 

꽤 진지하고 사뭇 무거운 더 킹은 설 연휴만큼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즐겁고 여유롭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설과 추석의 연휴 때 극장의 단골 레퍼터리가 청룽(성룡)식 코믹액션이었던 게 그 증거다.

 

그래서 잘생긴 현빈과 웃기는 유해진이 투톱을 이룬 공조가 외피에 남북의 갈등 혹은 양측 서민의 우정이란 고리타분한 구조를 답습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개봉 전에 공개된 모범답안이었다.

 

 

 

북측 형사 림철령(현빈)은 두루마리휴지 하나로 다수의 조폭들을 눈 깜짝할 새 제압하는가 하면 리조트 옥상에서 외줄 하나에 의존한 채 만유인력을 이용해 객실 안으로 날아 들어온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슈퍼히어로의 흥행공식이다.

 

여기에 유해진(남측 형사 강진태 역)은 버디무비의 정석대로 어리바리하지만 인간미에 충실하고 순진무구하며 반전의 액션을 펼치는 파트너쉽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다. 코미디 담당이다. ‘러쉬 아워의 청룽과 크리스 터커, ‘리썰 웨폰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 ‘나쁜 녀석들의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 식이다.

 

또한 더 킹에 예고된 용병 류준열이 있었다면 공조엔 의외의 복병 윤아가 있었다. 윤아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워낙 역할이 작거나, 존재감이 가볍거나,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소녀시대의 윤아와는 다른, 배우 임윤아는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공조에서 신은 적지만 민영의 캐릭터와 이를 소화해낸 윤아의 임팩트는 매우 강렬했다.

 

어찌 보면 더 킹5100만여 명의 남측에서 벌어지는 정의와 권력욕의 구도지만 공조는 거기에 2500여만 명을 더한 7800만 명에 가까운 한반도의 이념대결을 배경으로 하는 스케일이다. 따라서 진지하고 심각하기로 따지면 공조더 킹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유해진의 코미디는 굉장히 중요한 이완의 장치고, 그게 재미에 직결되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쏠릴 경우 자칫 드라마의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그걸 도와주고 당위성을 부여해 완성시켜주는 보형물이 철딱서니 없는 민영이란 강진태의 처제다.

 

카메오란 정체성은 깜짝 등장의 스타여야 성립되지만 신 스틸러는 그 반대의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윤아는 확실한 카메오 겸 강력한 신 스틸러다. 결국 정우성은 조인성이 아닌 류준열의, 현빈은 유해진이 아닌 윤아의 조력으로 각각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최고 권력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고, ‘광해, 왕이 된 남자CJ변호인NEW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전해지는 가운데 두 배급사의 선전 역시 정우성과 현빈의 반전만큼 각별해 보인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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